닥플 펌- 내과의사의 일생
난 바이탈을 다루는 자랑스러운 내과의사이다...지나온 내 삶을 반추해본다.
...
1)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 입학하여 성실함을 무기로 1등급으로 졸업한다...
이때는 순수해서 바이탈을 다루고 의학의 메인이라는 내과를 하기를 원하며 정작 중요한 성형/정형은
꿈꾸지도 않는다.
2)전공의 시절
당연히 내과에 합격한다. 근데 이상하다...주변에 성적좋은 동기들중 내과 지원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조금
찜찜하다.
들어와서 교수와 학구적인 토론을 할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ㅡㅡ
영상의학과 가서 비굴하게 판독 부탁하기.. 동의서 받기... 인턴벤션룸에가서 쌍욕 먹고 검사 푸쉬
경과 기록 작성...회진.... 단순 잡콜....환자 50명이상 보니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근데 콜은 계속 오고 응급실서 날밤까고 교수는 이유 없이 **하고 ㅋㅋ
3년차가 됬는데 저널 발표만 시키고 교수들이 알려주는 것 없다...이상하다...근데 교수들이 가만히 보니
아무것도 모른것 같다. ㅋㅋ 씨티 판독도 내가 더 잘하는 것 같다.
3)펠노예
난 당연히 교수할꺼니 펠노예를 시작한다....분과는 지아이.ㅋㅋ 술기 익히기도 정신 없는데
끝없는 자료 정리...전공의 백.. 학회 발표...논문 작성.... 아침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한다.
여기까지는 참겠다..난 교수할사람이니까...대학원비 아까워 죽겠다.월급도 레지와 차이 없는데ㅡㅡ;;
근데 교수 술값도 내라하고 출퇴근도 내가 시켜야한다....심지어 가족 대소사도 딱가리 한다.
딸 결혼식 관련해서 나를 머슴처럼 부린다...그래도 참았다..
어느덧 펠로우 3년차...내년 전강 당연히 하는것으로 과에서도 알고 있다....그런데 사위가 타병원
내과 펠로우 2년차라고 한다...나랑 분과도 같다...슬슬 불안하다.
교수가 불러서 가보니 내년에 취직 어디할거냐고한다?;; 네 교수님? 자네 교수할것도 아닌데 취직 해야지..
가족도 있는데....내가 2차 병원에 연락해났네...페이는 700정도고 일은 힘들지만 의국 선배님이 하는 병원이니
가서 봉사하게.... 순간 처자식이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그냥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면서 방을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교수가 슬슬 눈치를 본다...사위가 내년 전강 자리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교수새끼가 소개한 자리를 거절하고 나온다.
4)봉직 시절
펠로우 3년차 ERCP/EUS/ESD 능숙함...근데 Echo/sono는 할줄 모름..타 분과도 잘 기억안난다..
와이프는 서울에 있고 싶어한다....결국 스펙 과잉으로 로컬의원도 못가고 레지 있는 종병에 취직함
페이는 0.9 받는다...일이 졸라 힘들다....2차 병원으라 그런가 레지는 대놓고 태업하고 회진도 짼다.
어쩔수 없이 내가 일 다하고 대학처럼 백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ERCP하다 문제 생길까봐 너무 무섭다.
5년 봉직후 원장이 부른다...선생님 일은 잘하는데 환자들한테 너무 권위적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죄송한데 저희랑은 안맞는것 같아요...
어쩔수 없이 다른 자리를 알아봤지만 서울에는 자리가 전혀가 없다.... 지방은 있지만 와이프랑 아이들이
죽어도 안내려간단다..
5)개원 시절
난 내시경 일인자니까 그동안 모은 돈에 빚을 내 검진하는 내과를 개업한다.
이때까지 정신 못차려 통증/소아/이비인후과/피부는 쳐다보지 않았다..이게 결정적 패착인데 그때는 몰랐다.
이상하다. ... 환자가 안온다.. 근데 나가는것은 많다. ...아....난 내시경은 왜 샀을까?
마이너스로 메꾸어보지만 빚만 늘고 결국 막대한 손해를 보고 폐업한다.
6)요양 봉직 시절
편한다...사실 급성기 소화기 과장할때랑 페이도 차이 없다...0.8 정도...
근데 난 여기서 뭐하는 걸까? 입퇴원 권한도 없다...요양병원의사라 그런지 보호자들도 내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간호사들도 의사를 무시한다. 원무과나 사무장은 말할것도 없고 반말이나 갈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이를 악물고 담배를 피우며 매일 술로 날을 보낸다..
어렸을때 주변에 기대를 한몸에 받던 예전 내가 생각난다....부모님이 항상 뿌듯해하였던 유년시절
의대 다닐때 선망어린 시선을 즐겼던 시절...PK 시절 아무도 대답 못했던 교수들의 질문에 척적 대답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시간들.... 펠로우때 처음으로 SCI 논문이 ACCEPTANCE 되었을때 세계적 석학이
되었던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이제는 모든걸 내려놓고 산다...세상과 노력이 나를 배신했다...하지만 누구를 탓하리..
바이탈을....의학이라는 매트릭스에 취해서 제대로 된 전공 선택을 하지 못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성형/정형...아니 하다못해 영상/소아/재활만 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나는 세상에 속았다...이 빌어먹을 세상...이 개같은 세상....내 모든것을 걸고 보낸 시간과 노력은 무엇일까?
어느덧 50대 중반을 향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아들놈은 나를 닮아서 공부를 잘한다.
아빠 의사하고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놈아 그러면 호적을 팔거야...
그냥 명문대가서 보건보지부/심평원/건강보험공단에 취직해 이놈아..나는 울부 짖는다.. 아들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이놈아 나처럼 살지마.....제발!!